전국을 누비며 24년 만에 딸을 찾은 택시 운전사 아빠
6.25 전쟁을 겪으며 우리나라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산가족이 되었습니다. 남과 북으로 나뉘어 볼 수 없게 된 사람들도 있고, 같은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가족의 생사를 모르고 산 사람들도 많았습니다. 유네스코 세계 기록 문화유산에 등재된 1983년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 찾기는 138일간 연속 생방송으로 가족을 잃은 많은 사람들의 한을 풀어줬습니다. 가족을 잃은 슬픔이란 헤아릴 수 없는 큰 고통이겠죠. 중국의 한 아빠는 24년 전 헤어진 딸을 찾기 위해 택시 운전사가 되어 전국을 누볐다고 합니다.
▼ 중국 사천성(쓰촨성) 청두에 사는 왕 밍칭(Wang Mingqing)은 아내 리우 뎅잉(Liu Dengying)과 함께 시장에 좌판을 열고 과일을 팔고 있었습니다. 부부에게는 세 살짜리 딸 왕 치펑(Wang Qifeng)이 있었는데, 딸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부부는 장사를 하며 아이를 돌봤습니다.
▼ 어느 날, 부부가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시장에서 놀던 치펑이 사라졌습니다. 부부는 납치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딸을 찾기 위해 경찰서에 신고한 뒤 전단지를 돌리고 아동 복지센터 등을 찾아다녔지만 치펑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.
▼ 그러는 동안 부부의 사이는 점점 소원해졌고 둘은 이혼하게 됩니다. 왕 밍칭은 아내와 이혼 후에도 잃어버린 딸을 밤낮으로 찾아다녔습니다. 그리고 2015년에는 생계를 유지하면서 딸을 찾기 위해 택시 운전사가 되기로 합니다.
▼ 딸의 정보를 명함으로 만들어서 택시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전달했고 택시의 뒤쪽 창에는 딸을 찾는 포스터를 붙였습니다. 왕 밍칭의 이야기는 지역 뉴스에 실렸고 올해 초에는 사연을 들은 스케치 아티스트가 성장한 딸의 모습을 예상하여 몽타주를 그려줬습니다.
▼ 왕 밍칭의 끊임없는 노력에 그의 사연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고, 중국 북부 길림성에 사는 한 여성이 몽타주를 보고 경찰에 DNA 감정을 의뢰해왔습니다.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이 여성과 왕 밍칭의 DNA가 일치하며 부녀 관계임을 확인시켜줬습니다. 딸을 잃어버리고 24년간 포기하지 않고 찾아다닌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습니다.
▼ 27살이 된 왕 치펑은 미아가 되고나서 청두에서부터 약 19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캉 잉(Kang Ying)에게 입양되어 자랐습니다. 치펑은 입양된 사실을 알고 있었고, 어려서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길가에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.
▼ 딸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거는 순간 딸의 목소리를 들은 왕 밍칭은 눈물을 터뜨렸습니다.
“아빠는 여기서 계속 널 기다렸어. 이제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. 이제부터 계속 아빠가 널 지켜줄 거야.”
▼ 지난 4월 3일, 왕 치펑은 24년 만에 청두에 사는 가족들과 재회를 했습니다. 어느덧 한 살배기 딸아이의 엄마가 된 치펑을 가족들은 문 앞에서부터 환영했습니다. 이혼한 아내와 24년 만에 만난 딸, 그리고 손녀까지 가족들은 기적 같은 순간을 함께 하며 처음으로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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